(서울) 안홍석 기자 = 장애인의 자활을 도우려고 만들어진 법의 허점을 노려 300억원대의 부정 수익을 올린 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인업체가 검찰에 적발됐다.

서울동부지검 형사6부(부장검사 박세현)는 8일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위반·사기 등 혐의로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정립전자 대표 김모(44)씨와 이 회사 간부 박모(49)씨를 구속 기소하고 간부 신모(56)씨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.

1989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근로사업장인 정립전자는 장애인 106명을 포함해 155명의 직원을 둔 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인업체다.

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은 장애인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물품이나 직접 수행하는 용역에 한해서만 공공기관이 수의계약 체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. 또 공공기관은 총 구매액의 1% 이상을 장애인업체로부터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. 장애인의 직업활동을 장려해 자활을 돕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.

검찰 조사 결과 김 대표와 박씨는 정립전자가 직접 계약 물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공공기관 담당자를 속여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. 납품은 다른 회사 제품을 구매해 넘기거나 다른 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.

계약금액의 10%를 받는 조건으로 외부 업체에 명의를 빌려줘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등 명의대여 장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.

정립전자는 연간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수의계약을 직접 이행한 비율은 3분의 1 이하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.

김 대표 등은 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수백억원의 부정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를 장애인 직원들과 나누기보다는 제 잇속을 챙기는 데 바빴다.

김 대표와 박씨는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허위 근로자를 내세워 급여를 챙기는 등의 수법으로 총 19억 3천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(업무상횡령)도 받고 있다.

신씨는 출근부를 조작해 장애인 노숙인을 위한 도우미를 고용하면 받는 서울시 보조금 2천여만원을 챙긴 혐의(사기)를 받고 있다.

김 대표는 공공기관 납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지역 유력 인사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.

전 광진구의원 김모(57)씨는 공공기관 납품 계약 체결을 알선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 대표로부터 총 1천600여만원을 받은 혐의(알선수재)로 불구속 기소됐다.

검찰 관계자는 "정부가 중증장애인 생산품 생산시설을 지정할 때에는 직접 생산 여부를 심사하지만 지정 이후에는 현장 점검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등 제도의 허점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"라면서 "불시 점검을 하거나 면허 갱신 주기를 줄이는 등 대책을 관계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"고 말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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